nanjoo in NYC

그리움

NanJoo의 수다2014. 5. 13. 23:34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가장 힘들다고 느낄때는 여기서 사는 생활이 고되고 서럽다고 느낄때보다는 한국이 그릴울때이다. 그리움이 밀려올때는 딱히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만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갑자기 물 밀듯이 밀려온다. 특히 예전에 듣던 음악들을, 특히 김동률 형님 음악 같은, 듣고 있다보면, 그 음악과 가장 적합했던 곳이 떠오르고, 그 곳은 한국이 아니면 찾을 수가 없는 그런 곳들이라 너무 가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어서 답답해진다. 


한국을 그리워 하는 것,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그 장소나 그 물리적인 공간을 그리워 하는 것이 아닌, 예전에 내가 있었던 장소,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그리워 하는 것이 아닐까? 막상 한국에 가서 그곳을 가보고 그립던 사람들을 만나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내가 그리워 하고 있는 고향은, 세상 어디에도 없고 오직 내 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곳일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이 더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오랜 친구, 가족이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비록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과 이전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처럼 다시 해보려 해도 소용 없는 짓이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장 그리운 공간 시간들을 적어도 그들과는 함께 회상하고, 웃고, 울고 할 수 있으니깐.


결국 공간, 시간들이 그리운 것은 그곳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가장 그리운 것은 그때 그 사람들이다.     


아니, 솔직히... 그때의 나일지도 모르겠다.